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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NIN »

eternephemere 2025. 6. 20. 05:56

 

어느 공원 철책 너머 올챙이배*의 조그마하고 옹골찬 흑인 꼬마 하나가 긴 화단 위를 아장거린다. 나는 들어선다. 산책로에 초록색과 흰색 무늬의 작은 뱀 한 마리. 어리석게도 나는 오른손으로 목을 조르려 든다. 손바닥부터 엄지 밑동(naissance)까지 끔찍히도 물린 자국. 독사일까? 예의 그 흑인 꼬마가 묵묵히 죽은 뱀의 아가리를 벌리더니 독관(毒管, canal à venin)이 선명한 이빨을 보여준다. 나는 주머니칼을 꺼내어 물린 자리에 피가 뚝뚝 흐르는 X 모양을 그어 넣는다.

 

*프랑스어에서 올챙이têtard는 머리를 뜻하는tête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원상으로 몸집에 비해 큰 머리를 강조하고 있으며, 어린아이에 대한 비유로도 쓰인다. 한국어에서는 머리가 아닌, 어린아이의 똥똥하게 나온 배를 보고서 올챙이배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프랑스어 원문에서는 올챙이têtard와 배불뚝이ventru가 공교롭게도 함께 사용되었다. 따라서 번역상으로는 올챙이배라 옮겼으나 배 뿐만이 아니라 머리 크기 역시 강조되고 있음을 일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