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김

« Quand on sombre sous l'horizon... »

eternephemere 2025. 4. 28. 23:27

지평선 밑으로 어둡게 가라앉을 때...

 

얼추 저물어가는 날이다. 생동감 넘치는 광장. 팔레 레무아Palais Rémois* 앞 젖은 모래더미. 친구들과 나. 짝꿍(낙타)을 정겹게 모래더미에 굴려 넣고, 얼굴에 모래를 집어던진다. 뒤범벅이 된다. 끌어내보니 죽어 있다. 허옇게, 고무풍선처럼, 키는 2피에**. 경찰의 심문을 고려하며 제일 가벼운 시체를 내 목에 둘러멘다. 이를 은닉하려 아들1이 내 양 어깨 위에 올라탄다. 밤이 찾아온다. 나는 힘껏 달린다. 역을 따라 길게 뻗은 대로가 점차 지방 도로로 바뀌어 가고 물과 울타리로 찬 도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방 도로는 점차 성벽으로 변해가며 나의 질주가 반향하고, 아들이 사라졌다. 성벽 끝자락 내 앞에는 연못 혹은 습지, 수문, 수생식물. 시체를 던져버리면 절대 발각되지 않을 장소. 성벽 총안들이 간격을 좁히며 나의 관자놀이를 조여온다. 좌우로 양지바른 모래 벌판. 실제보다 더 밝은, 대낮. 왼쪽에는 육상선수가 둘, 왜소한 적발(赤髪) 사내와 우람한 흑발 수염의 사내 맥없이 치고받고. 오른쪽에는 실크 셔츠 차림의 4인조 기수들 채찍 든 채 재롱을 떨고, 그 위로 일렁이는 콧김은 내 한때 본 적 있었던 모습과 똑 닮은, 운하를 체험치며 기다란 뿔로 고인된 자들이며 살림살이며 요리도구 들을 공중으로 내쳐버리던 날렵한 검은 황소가 뿜는 것. 총안이 관자놀이를 어찌나 짓무르는지 어두컴컴한 보랏빛 속에서도 태양이 시뻘겋게 터져나온다.

 

* 팔레 레무아Palais Rémois : 랭스(Reims) 드루에 데를롱 광장 72번가에 1925년 경에 지어졌던 극장. 1929년에 접어들어서는 « L'Empire »로 이름이 바뀌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극장으로 지역에서 유명했으며, 현재도 « Opéraims »라는 이름의 영화관으로 영업 중.

 ** 피에pied : 피트와 비슷한 옛 길이 단위. 약 30cm.

 

1. René Daumal (cf. Corr., p. 64, n. 3.)

 

Roger Gilbert-Lecomte, Œuvres complètes Ⅱ Poésie, Gallimard, 1977,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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