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메이트
하느님,
천칭에 죄를 올려두는 소리가 당사자인 저에게까지 들려옴은 누구의 탓입니까 행갈이를 두려워 하다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넘는 꿈을 꾸는 시인의 괴로움은, 그 소리를 속절없이 듣고만 있어야 하는 야간 수위의 외로움은, 한낱 악몽을 길몽으로 와전해야 하는 해몽꾼의 의무감은 얼마나 많은 인칭을 더 삽입해야 끝이 나는 연극입니까 분扮해야 할 배역을 취사선택하고 있었건만 참다 못 한 하루가 억지로 막을 내립니다 세계의 암전도 생체의 암전도 아닙니다 이렇게 감정은 매번 시기상조이거늘 육체는 와신상담을 핑계로 몇 분 몇 초를 더 지연되어야 제 몫을 다 합니까 눕더라도 앉더라도 서더라도 용서받지 못하고 용서받을 필요도 없는 이곳은 어디입니까 아니 누구입니까 혼자라는 값에 도달하기 위하여 서투른 주먹구구로 덧셈과 뺄셈을 반복하며 기어코 봉착하고 맙니다 이곳이 나의 무대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에 말입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험한 계산이었습니다 피차 속죄하지 못할 자책이라면 내버려두고 즐겨도 좋습니까 줄넘기를 해도 좋습니까 물구나무를 서며 방향의 개념에 스스로 속아보아도 좋습니까 잠깐이라도 당당하고 오만간 임금님으로 변검해도 좋습니까 요즈음의 장래희망란에는 사실 임금님을 적어두었습니다 임금을 연기하며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권력을 휘두르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임금 되어 임금인 스스로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강렬한 모순 말입니다 의도된 삼일천하말입니다 자발적인 화무십일홍말입니다 목을 내치는 절대권력과 목을 내어주는 개망신의 혼잡이 눈깜짝할 새에 일어나는 1초가 한낱 이면지가 아니라 역사책의 부록에도 기록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하겠습니다 찰나에 계급투쟁과 왕위쟁탈이 교차하는 자아 속의 야사 말입니다 단두대처럼 내려오는 눈꺼풀마다 지나간 내 표정과 뒷통수가 데구르르 굴러다니는 무대 말입니다 방자한 유혈의 낭자 말입니다 고답한 망상의 공놀이에 오늘도 세상 한 구석이 소란할 것이고 소란했습니다
소란하지요,
하느님 굴러다니던 대가리의 무게를 재어 나날의 경중을 셈하는 내 천칭놀이의 소음이 추호라도 당신께 송신되고 있습니까 단 한 모금이라도 당신의 목젖을 이마를 적셔봅니까 무료해진 당신은 내 독백을 지나쳐 새로운 고문을 작문합니까,
관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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