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永太郎、『現代詩文庫1006・富永太郎』、思潮社、1975年、8−17頁
번역 : 박지우(eternephemere)

다리 위의 자화상
오늘 밤 나의 파이프는 다리 위에서
광포히 연기를 상승시킨다.
오늘 밤 물에 잠긴 저 바닥짐*들은
모두 승천해야만 한다,
수건 둘러쓴 뱃사공들을 태우고서.
전차 여러 대가 꽃수레*의 망령처럼
소리도 없이 밤 속의 확장을 이루어낸다.
(신을 신고 목교를 밟는 쓸쓸함!)
나는 명멸하는 '은단'* 광고탑이 밉다.
또한 모든 앤솔로지*며 칼피스소다수*가 싫다.
불쌍한 욕망과다증 환자가
인류박멸이라는 큰 뜻을 품고서,
맞이할 최후가 임박한 밤이다.
나방아, 나방아,
가드*의 쇠기둥에 멈추어, 떨고서,
무수히 산란하고 죽으려무나, 죽으려무나.
활짝 피어난 파출소의 적색 램프는
너를 간호하기에는 과분하구나.
*바닥짐 : 균형과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나룻배 등 선박의 바닥에 실어놓는 무거운 짐.
*꽃수레(花車、だし) : 일본 전통 제례 속 행진에서 여러 사람이서 짊어진 채 끌고 다니는 기물로 꽃과 인형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은단 : 작은 은색 알갱이 모양의 구중청량제. 일본어로는 인단(仁丹, 진탄)이라 하며, 은단(銀丹)이라는 이름은 해방 후 한국에서 일본의 인단을 따라 만들었을 때 정착된 것(고려은단)이다. 모리시타인단 주식회사의 창업자인 모리시타 히로시가 대만 현지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연구하여 '인단'이라는 상표로 1905년에 최초로 발매하였다. 인단 광고탑, 즉 인단탑(仁丹塔)은 옛날 도쿄 아사쿠사에 실재했던 것으로, 본래 1890년에 준공되어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붕괴 및 철거될 때 까지 일본 최고의 마천루였던 12층 짜리 건물, 료운카쿠(凌雲閣, 능운각) 앞에 세워져 있었다. 그 상징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어, 철거 이후에도 1932년, 1954년 두 차례에 걸쳐 재건되었다.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앤솔로지(詞華集、アントロジー) : 민족, 시대, 장르 별로 수집한 짧은 명시 혹은 명문 선집.
*칼피스소다수 : 일본의 대표적인 유제품 음료수. 사업가인 미시마 카이운이 1902년 내몽골에 방문했을 때 마신 음료를 본떠 1919년에 개발하였다.
*가드(ガード) : 가아드. 철교를 의미함.


가을의 비탄
나는 투명한 가을의 땅거미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전율은 떠났다. 도로의 온갖 직선이 되살아난다. 저 울창하고 탐욕스런 나무들조차 어둠을 불러들이지 않고 있다.
나는 그저 어렴풋이 연기를 뿜어올리는 나의 파이프로만 살아 있다. 저기, 그녀의 고령토*로 빚은 가녀린 목에, 고요한 입맞춤이라면 천 번이고 아끼지 않으리. 지금은 저 구릿빛 하늘을 덮는 은행나무 잎이라는, 광택 없이 무도(無道)한 존재까지도 용서하련다. 올드 로즈 단발머리 아가씨는 먼지 하나 일으킴 없이 흙담을 따라 나아가는데, 이제는 그런 뒷모습도 필요치 않다. 바람이여, 길 위에 반짝이는 저 흰 가래를 이리저리 흐뜨리지 말아다오.
나는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도시를 꿈꾸지 않는다ー아스팔트* 빛의 피로한 하늘로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도시 따위는. 올해엔 다들 송이버섯을 잡쉈을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감 정도는 잡쉈을는지, 그조차도 알지 못한다. 검은 고양이와 함께 앉는 잔학함이야말로 통상 나의 습성이었으므로……저물녘, 나는 떠나간 그녀의 잔상과 벗이로다. 하늘로 피어오르는 그녀 가슴께의 옷 주름을, 꿈처럼 시든 그녀 어깨의 옷 주름을 나는 옛날처럼 그리워한다. 하나 그녀의 머리칼에 파고들었던 내 손가락은, 옛날 내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그 전능하고 끈적한 암흑에 닿아본 적 없다. 우리는 연기가 되어버렸는가? 나는 너무나도 딱딱한, 너무나도 투명한 가을 공기를 미워라도 해볼까? 수풀 속에 앉자. 나뭇가지들의 예각으로 날이 선 검음에서 태어나는, 저 '허무'의 성상(性相)*조차 점검하지 않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나태가, 지금 나에게는 허락되어 있다. 지금은 내려가야 할 때다ー금속이며 거미줄이며 동공으로 번성하는, 온갖 비참의 저잣거리까지. 나에게 키[舵]는 필요 없다. 가로등에 옅게 빛나는, 저 시든 잔디밭의 사면에 몸을 맡기련다. 그것과 언제나 변함없는 각도를 지키는, 연못의 은박 두른 듯한 수면을 사랑하련다…… 나는 나 자신을 구조하련다.
*고령토(高嶺土) : 원문으로는 백도토(白陶土). 카올린이라고도 하는 점토의 한 종류. 도자기에도 쓰이며, 분가루(현재는 폼클렌징, 팩 등) 같은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아스팔트 : 원문은 토력청(土瀝青, チャン).
*성상 : 피지오그노미physiognomy. 얼굴 모습, 인상(人相), 혹은 그 이미지의 전체적인 상.
# 스테판 말라르메의 산문시 「가을의 비탄Plainte d'Automne」, 「겨울의 전율Frisson d'Hiver」, 「파이프La Pipe」를 함께 참고하여 읽을 것.
금수박제소
한 보고서
나는 그 건물을, 짓누르듯 눈이 쏟아질 법한 오후의 하늘 아래서밖에 본 적이 없다. 또 온갖 추억으로 인해, 그 건물이 가져다주는 혐오가 나의 육체를 포화시켜 버린 때에만 나는, 비로소 그곳으로 다가갔다. 갈색 타액을 가득 머금은 채 스스로의 방을 본 체 만 체 하는 나는,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채……
거무스름히 찌든 판자벽에, 치매인 양 입을 헤벌레 벌린 유리창. 하늘 어디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것인지 알 길 없는 빛이, 싸구려 유리에 구름 모양으로 일그러진 부분 위로 일렁이고, 절반은 창 안쪽으로 스며든다. 사람 다리 하나 놓여 있지 않은, 그대로 드러난 마루판. 떡갈나무로 된, 오래된 커다란 탁자. 동물의 체강(體腔)*에서 빼낸, 경석(輕石)* 같은 헌 솜. 벌벌 떠는 땅거미의 노래를 부르는 도라지색 약병. 핀셋은 이따금씩, 한 구석에서 피로해진, 둔중한 눈동자를 번득인다.
*체강 : 동물의 체벽과 내장 사이의 빈 곳. 포유류의 가슴, 배의 안쪽 등.
*경석 : 가벼운 돌이라는 뜻으로, 다공질의 돌. 용암이 갑자기 식으며 생긴다.
나는 그 방에서 뱀을 보았다. 독수리, 원숭이, 비둘기를 보았다. 이어서 일본의 동물분포도에 실려 있는 다양한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보았다.
그것들은 모조리 박제되어 있었다.
거세된 악의로 둔탁하게 번뜩이는 유리 안구. 홍채 표면에 발려 있는 건 갈색 도료이다ー무감각하게 사람을 깨무는 상심(傷心)의 효모. 이 동물들의, 고정되어 있는 광적인 표정, 원한으로 가득 찬 무능의 표명. 하얀 티끌은, 베수비오의 재처럼 모피 위에, 깃털 위에, 비늘 위에 수북했다.
나는 이 건물에 다가갈지, 다가가지 말지 하는 망설임에, 내 손으로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음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하지만, 죄다 늦어버렸다. 두려운 견인이었다. 나를 끌고 가는 것은 지나간 동물들의 영(霊)임을 깨달았다. 끌려가는 건 지나간 나의 영임을 깨달았다. 수 세기의 퇴적이 내게 일러준 감정을, 나는 증오했다. 하지만, 죄다 늦어버렸다.
나는 동물들의 영과 함께하는 장밋빛 타옥(墮獄)*을 알고 있었다. 나는 미래가 공포스러웠다.
*타옥 : 불교 용어. 지옥으로 떨어짐.
한데, 지난 날의 눈은 어디 있느냐*,
한데, 지난 날의 눈은 어디 있느냐,
한데, 지난 날의 눈은 어디 있느냐,
………………………………………의미 없는 후렴(Refrain)이 나부끼고, 되감겼다. 아름다운 꽃들이, 빛 없는 공간을 가로질러 몰락했다. 그리고, 저 아래, 아득히 아래서, 퇴홍(褪紅)색* 달이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이렇게 방향이 이중으로 교착하는 가운데, 나의 육체는 삐걱삐걱거렸다. 이때, 나는 불행했다, 한 없이 불행했다.
*한데, 지난 날의 눈은 어디 있느냐 : 'Mais où sont les neiges d'antan?' 중세 말기의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 1431-1463)의 대표적인 구절로, 모든 것이 지나가 과거가 된 허망함과 그리움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일본에서는 'さはれさはれ、去年(こぞ)の雪、いまは何処(いづこ)'라 옮긴 불문학자 스즈키 신타로(鈴木信太郎, 1895-1970)의 번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여기 원문에서는 'さはれ去年の雪いづくにありや'. /스즈키의 번역이 토미나가의 몰년보다 이후인 것으로 추정되니, 아마 토미나가는 다른 번역을 참고하였거나 스스로 옮긴 것 같다. 확인 필요./
*퇴홍색 : 한자를 그대로 직역하면 빛바랜 빨강. 즉 옅은 분홍색.
어둠이 하나 왔다, 그리고 나서 환함이 하나 왔다. 동물들은 제각기 촉촉한 눈물샘을 가지고서 재생되었다. 그들은 가까이 다가왔다. 걷고, 기고, 날고, 뛰어오르고, 휘감기고, 신음하고, 부르짖고, 노래했다. 동물들은 모두, 그들의 야생적인 무대배경(décor)을 지니고서 부활하였다. 출혈하는 풀숲, 황금의 풀숲 속 열기가, 그들의 피부를 흠뻑 적셨다. 이건 무시무시한, 전설적인 성격의 향연이었다. 나는 자진해서 거기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구약(舊約) 사람처럼 그들을 열애하였다. 평소에도 나와 가깝게 지냈던 뱀이, 역시나 나와 가장 친밀했다. 그는 각막 위에, 마노(瑪瑙)빛 겉치레로 가득 찬 악의를 품고서, 가까이서 나의 눈동자를 엿보았다. 독수리는……아아, 기다랗다, 여러분 모두 동물원에 가보기를! 하여간에 나는, 위안을 받고 있었으니……
이때, 아래쪽에서, 내가 듣게 된 것은, 준설선(浚渫船)* 기관이 내는 소음과도 같고, 또 얼마간은, 여름 오후에 멀리서 전해져 오는 우레와 닮은 울림이었다ー나를 위해 눈물을 흘린 여인들의 추억이, 내 혼의 최저음부를 난타하였다. 나는, 내가, 선명하거나 어슴푸레 끓어오르는, 빛과 그림자 속에 파고들며 스스로의, 세월을 항해해 오는 동안, 그 여인들이 늘, 나의 등대였음을 떠올렸다. 나는, 그 여인들 중 어떤 이는 뇌척수액에 진녹색 안개가 파고들어 죽어버렸음을, 어떤 이는 수술대에서 수술대로 옮겨진 후, 폭죽이 밤의 무지개처럼 번영하는 도회 속에서, 파란 정맥이 드러난 팔을 포석 위에 늘인 채 폐사했음을, 또는, 그 여인들이 제각기 발견한, 자취를 더듬기 어려운 어두운 길을 통하여, 대도시나 소도시의 파도 속에 가라앉았던 일을 떠올렸다. 더군다나 내가, 연약해진 육체를 질질 끌며, 이 세계의 가장자리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내기 시작한 이래, 그 여인들이 내가 실려 있는 곳과는 다른 평면 위에 존재하며(그것이 내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를 나는 알 수 없고), 그 부동의 눈길을 항상 내 쪽으로 보내고 있었음을 떠올렸다. 따분한 밤마다 나는, 그 여인들의 일생을 더욱 많은 눈물로 적셔 버리려는 요량으로, 나를 위해 흘린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떠올려 가며 울었다. 하나, 그 여인들의 눈동자는 차갑고도 아름다웠으며, 박제된 동물들의 눈동자와 그 무감각을 쏙 빼닮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기름틀에 낑긴 것만 같았다.
*준설선 : 물속의 흙이나 모래, 돌 등을 파내어 물의 깊이를 깊게 하는 준설기를 탑재한 선박.
나는 애써, 내 스스로가 일본 수도의 어두운 교외에 있는, 어느 보잘것없는 금수박제소의 단칸에 있음을 다시금 떠올렸다. 나는, 이 초라함 가운데에서, 마법이 해제되기를 바라고자 했다. (동물들의 향연에서 도망친다면, 이러한 눈동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나는, 그 창문을, 마룻바닥을, 탁자를, 헌 솜을, 핀셋을, 있는 그대로 초라하게 보았다. 하나, 이 얼마나 멋진 변위(變位, transposition)인가! 이 물상들은, 그 초라한 모습 그대로, 동물들이 불러 낸 찬란한 무대배경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 번뜩임의 일부를 합창하였다. 그렇다, 저 비참한 물체들은 이제, 저 스스로 눈부시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그 번뜩임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동물들에 이르러서,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꿀벌의 울음과도 같은 향연을 과열시키며 내 주위에 운집하였다. 나는, 그것들이 박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천연의 배경 속에서 생생한 눈동자를 지닌 채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될 리가 없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박제술이라는 악덕을 저주하며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하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그 무엇도 바꿀 수 없게 되었다고, 나는 체념하였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이 소리와 빛과 열이 벌이는 과도한 광란 속에 내던져버렸다.
나는 조금 전부터의 추억을 계속, 이 동물들이 벌이는 소란스런 잔치 속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아아, 여기에도, 또 거기에도, 열 없는 불꽃 같은 그 여인들의 눈동자. 시간으로 박제되고, 신비로운 향료로 보존된 그 여인들의 눈동자. 나는, 이때, 이 눈동자들이 저 동물들의 영과는 다른 세계에서 생겨 나온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물들의 영과 마찬가지로, 그 고통으로 가득 찬 매혹의 힘을 내 위에서 떨쳐내지는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화가 난 나는, 광포해진 채 그 여인들의 눈동자 하나하나에 침을 뱉어버렸다. 그리하여, 새로이 울었다. 모조리 사라졌다ー어쩌면, 어둠이 찾아온 것일지도. 소란스런 잔치는 모든 빛과 열과 소리를 잃었다. 하나, 저 무시무시한 요동 하나하나는 공기분자의 동요로서, 있는 그대로의 그 소식(消息)을 내 피부로 전해왔다. 나는 온천장의 욕탕 주위를 흐르는 듯 미적지근한, 유황의 악취를 품은 액체가, 내가 있는 이 건물의 주위를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또한, 내 피부 주변을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변별하고자 아무리 애를 써 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어두운 현기증 속에서, 다시 또 하나의 장밋빛 현기증을 느꼈다……
……흐르는 물이여, 그대의 비애는 축복받을지어다! 권태에 시달리는 석양 속으로 흩어져 가는 단풍잎이여, 그대의 열을 앓는 체념은 축복받을지어다! 옛 일본의 모든 사화집이여, 그대 위에, 명장지*에 에워싸인 평화 있을지어다!……새로운 현기증에 굴복하기 위해서인가, 혹은 그러지 않기 위해서인가, 나는 이 시의 적절치 않은 결별의 언사를, 정체 모를 무언가의 위로 내던졌다. 동물들의 매혹은, 다시금 아래쪽에서부터 치밀어 오를 것이다. 불타오르는 꽃이여, 벌겋게 달궈진 철과 같은 풀이여, 모피여, 비늘이여, 깃털이여, 소리여, 제일(祭日)이여, 만물이 타들어 가는 냄새여.
한데, 지난 날의 눈은 어디 있느냐,
한데, 지난 날의 눈……어디……
한데, 지난 날의……Hanniiーhanniiーhanniiーiーiーiーi………
bidn ! bidn ! bidn !
*명장지 : 빛이 잘 들도록 얇은 조이를 바른 장지.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눈동자 앞에서 흔들었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황색 장의자(divan) 위에서의 휴식과 일치하는, 어딘가 다른 나라로 가서 살겠다고 결심하였다.
사행시
법랑(琺瑯)*의 야외 하늘에 새벽녘 새 한 마리
아루가리(阿爾加里)*성 용액으로 이 몸을 씻어라
당랑(蟷螂)*은 눈동자 번뜩이고 이슬 흠뻑한 풀숲을 나와
나의 손은 녹옥(緑玉)*제 Isis*님의 무릎 위에
*법랑 : 에나멜의 한자 표기.
*아루가리 : 알칼리의 한자 음차. '아루가리'는 일본어식 음독. 한국어 음독으로는 '아이가리'라 읽음.
*당랑 : 사마귀.
*녹옥 : 에메랄드의 한자 표기.
*Isis : 이시스. 이집트 신화 속 모성의 여신. 오시리스의 여동생이자 아내, 호루스의 어머니.
송가(頌歌)
강철로 된 파도에
아벨라르* 가라앉고
납으로 된 선미(船尾)에
엘로이즈 떠오르네
해탄(骸炭)*은 수로에 올라 타
직립하는 피안화(彼岸花)를 바치며 달리고
"죽음"은 반쯤 입술을 벌린 채 물이 그립고
또 잉걸을 제단*으로 삼네
모든 것은 녹반(綠礬)*의 물밑에서 숨을 쉬네
상아(象牙) 공 복부 안쪽에서
*아벨라르 : Pierre Abélard, 1079~1142. 스콜라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중세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신학자. 가정교사로서 가르치던 제자인 엘로이즈(Héloïse, 1101~1164)와 연인이 되어, 금기를 어기고 비밀리에 결혼을 올리고 아들을 얻게 되나, 이 사실에 크게 분노한 엘로이즈의 숙부가 사람을 고용하여 아벨라르를 거세시킨다. 이후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서로 떨어져 각각 수사와 수녀원장으로서의 본분에 맞는 삶을 살아가지만, 끝까지 서로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 둘이 남긴 편지가 매우 유명하며, 이러한 둘의 이야기는 장자크 루소의 『신 엘로이즈』 등 근대 이후 여러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해탄 : 코크스. 점결탄, 아스팔트, 석유 등 탄소가 주성분인 물질을 가열하여 휘발 성분을 없앤, 구멍이 많은 고체 탄소 연료. 불을 붙이기는 어려우나 발열량이 크고 연기가 없어서 가스 제조, 용광로나 주물 제조 따위에서 야금용 연료로 쓴다.(네이버 국어사전)
*제단 : 원문으로는 '霊床'이며, '祖霊舎'라고도 한다. 신도에서 고인이나 선조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작은 제단을 칭한다.
*녹반 : 철의 황산염의 하나. 철을 묽은 황산에 녹여서 만든 녹색 결정 물질로, 잉크/안료/의약/매염제 따위로 쓰인다. (네이버 국어사전)
치욕의 노래
Honte* ! honte !
눈알의 잠자리여
이 몸을 휩쓸거라
이 몸을 삼키거라*
Honte ! honte !
타오르는 풍로*여
이 몸을 태우거라
이 몸을 녹이거라*
Honte ! honte !
말라서 갈라진 목
이 몸을 말리거라
이 몸을 쪼이거라*
Honte ! honte !
네 놈은
진창이다
*Honte : 프랑스어로 '수치, 치욕, 창피, 불명예'라는 뜻. 옹뜨(オント)라고 발음함.
*삼키거라 : 원문은 啖へ로, 집어 삼키다, 씹어 버리다라는 뜻.
*풍로 : 원문은 焜炉로, 조리용 난로, 화구를 뜻한다.
*녹이거라 : 원문은 鎔かせ로, 특히 쇠붙이를 녹인다는 뜻.
*쪼이거라 : 원문은 曝らせ로, 볕에 쬐이다라는 뜻.
무제ー교토
토미쿠라 지로富倉次郎에게
너의 이는 잘 베일 듯 하구나
산맥의 피부가 저토록 붉고
석양에 짓무른 요발*을 맞대어
초조히도 비벼대고 있다
너는 이제 어두운 방으로 돌아가거라
너의 턱이, 어스름을 먹고 있는 다리 아래서
유젠염*을 헹군다고 전해지는 검은 물에
산란을 마친 하루살이의 날개가 번진다
너는 이제 어두운 방으로 돌아가거라
색 바랜 조형물 같은 너의 사지에 핀 꽃들로
빈혈의 버들들을 꾸며 줄 필요는 없다
콘크리트의 호안(護岸)* 제방은 마음껏 희게 바래도록 두자
너는 이제 어두운 방으로 돌아가거라
아아 너의 이는 잘 베일 듯하구나
*요발(鐃鈸) : 불교 법회 때 쓰는 악기.
*유젠염 : 友禅染め. 옷감에 직접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17세기 말 교토에서 확립되었다.
*호안 : 강과 바다의 기슭이나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
단편
나에게는 반드시, 군집이 필요하였다. 서서히 다가오는 내 육체의 파괴를 걸고서라도, 필요 이상의 군집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 내 위에서, 그러한 나날의 금압(禁壓)이 내는 소리는 불길하였다.나는 며칠이고 계속 슬픈 꿈을 꾸며 거리를 걸었다. 짙은 군집은 항상 내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때때로, 진열창 안쪽의 타조 깃이 달린 보닛*이며, 양복점 가게 앞에 불쑥 내밀린, 머리칼과 속눈썹이 심긴 밀랍인형,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연마된 상아세공, 붉게 채색된 거대한 돼지 통구이 같은 것이 무엄히도 나를 불러 깨웠다. 눈을 뜨고서, 나는 또 저항할 새 없이 진녹색의 꿈 속으로 떨어져만 갔다.
*보닛 : 본네트bonnet. 주로 여자나 아이들이 쓰는 천으로 된 끈 모자.
*
* *
꿈속에서 나는 어떠한 실격을 겪었다. ー 나는 인생 속에서 극(劇)을 보는 열정을, 따라서 그러한 능력마저도 급격하게 잃어갔다. ー 좌업(坐業)을 하는가 싶으리만치 섬세한 손을 지닌 어느 젊은 사내가, 가냘프게 짜맞춰진 무릎 위로 호궁(胡弓)*을 켜고 있는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보인다. 곁에 앉아, 되바라진 얼굴을 한 채 대나무 장구로 가락을 넣는 병약스러운 남자아이는, 내가 이 가게 앞을 지나는 그 순간에 앞서, 아름다운 수달을 모친으로 두며 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지나쳐가기가 무섭게, 두 사람 모두 승천한다. ー 저기 건어물가게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작을 치는 살찐 중년 부부는, 머지않아 누린내 나는 두 몸을 나란히 둔 채 잠에 들겠지, 다만 하얀 생쥐의 보금자리처럼 귀여운 비스킷 상자 속에서. 이건 나에게 혐오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 대신, 적잖은 불안으로 나를 채워주었다. 나는 '현재'가 위치하는 점을 놓쳐버렸다. 세계는 쉽사리, 나의 발치에서 아주 가볍게 날아가 사라지려는 상태였다. 나는 긴 꿈 속에서 그것을, 슬프게 의식하였다. 나는 다만 굉장히 권태로운 보행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타오르는 에덴처럼 초자연적인 환희를 꿈꾸고, 슬퍼하며 걸어갔다.
*호궁 : 동아시아 전통 현악기 총칭.
*
* *
밤마다 나는, 헌옷 경매장, 다관, 가장 번잡한 거리, 혹은 주점에서 미지의 비음(鼻音)을 열광스레 수집하는 자였다. 불결한 등불 아래를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이 신기한 비음들과, 교류하는 세계의 여러 조류들이 일으키는 바다의 울림이, 내 두개골 속에서 서로의 협화음을 발견하며, 함께 울려댔다. ー 나는 긍지를 품고 침묵했다. 그리고, 꽃처럼 쇠약을 받아들였다.밤마다 나를 겨우 붙들어 맨 것은 가장 꺼림칙한 주점이었다. 가장 상스러운 욕망들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다양한 안면의 선 위에, 겨우 걸려 지탱되는 나 스스로를 종종 발견해내고는 하였다. 나는 피에 발이 붙들린 채 이마의 주름과 콧등의 잔주름 위를 기어 다니는 한 마리 파리였다. (너희의 얼굴은 얼마나 충분히 썩어 있었는지!) ー 아아, 여러 나날 동안 손끝으로 더해지던 부드러움이여! 불이여! 잃어버린 짐승떼*의 꿈이여!
*짐승떼 : 군중 혹은 대중에 대한 경멸적인 비유로써『즐거운 학문』, 『선악의 저편』 등에서 사용된 니체의 철학 개념으로, 원문으로는 heerde로 표기한다. 일본어로는 畜群(축군)이라 번역되며, 본 시의 첫 문장부터 나타나는 '군집'이라는 단어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서 사용되었음을 참고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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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ー 쇠약의 한 형식.혐오스러운, 무애(無涯)*한 회색 포석 위에 줄지어 부르짖는 걸인들 무리가, 눈이 없는 연충(蠕蟲)*의 시꺼먼 잠처럼, 무한한 선망으로 나를 견인하였다. 하지만 나의 눈은, 헤져 썩어버린 소아의 두 팔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산뜻한 솜털을 발견하는 데에 그쳤다. 내던져진 무릎뼈의 절단은, 기올렛*색의 꽃우산*을 펼치고서 나의 상승을 축복하였다. ー 뱃기구를 잊고, 바닷새를 잊고, 순백의 행커치프 같은 구름을 잊은 채로 나는, 검은 공기 속에서 불결한 노파들과 함께 속눈썹의 둘레를 무도(舞踏)하였다. 나는 웃음소리처럼 귀로를 놓치게 되었다. 태양은 늘 그렇듯 쓰디 썼다……
*무애 : 끝이 없음. 무한.
*연충 :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벌레의 총칭. 거머리, 지렁이 등.
*기올렛 : 원문으로는 ギオレット로, 바이올렛ヴァイオレット을 일부러 다르게 표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꽃우산 : 원문으로는 花傘로, 花笠로 표기하기도 함. 전통 예능이나 무용 의상에서 사용하는 장식된 우산을 가리킨다.
富永太郎、『現代詩文庫1006・富永太郎』、思潮社、1975年、96−99頁
연구
요절한 토미나가
ー나카하라 츄야中原中也
호리호리하면서도 골격은 튼튼했던 그 몸통 위에 자그맣게 얹힌 머리. 이마에 닿을랑 말랑 하는 붉은 곱슬머리 아래로 홍색과 밤색의 부드러운 얼굴이 단호히 상기되어 있다. 검고 맑은, 회양목 잎사귀 같은 눈이, 상냥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싶다는 듯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오늘 그는 울울[重欝]하다. 팔꿈치를 테이블에 꼿꼿이 받쳐둔 채, 유유히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다. 피우는 것만 본다면 맛이 좋기는 한가보다만은. 문 밖은ー땅은 반쯤 말라 따뜻하고, 바람은 무슨 목표라도 있는 듯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마철의 어느 하루이다.그리고 지금 그와 대면하는 자가, 그를 다만 친구라고만 여긴다면, 지나치게 육친적인 그의 온유함에 필시 질색하는 처지가 될 터이다. 무엇보다 그는 교양 있는 '누님'*이기는 하지만, 그에 비해서 아주 미미하게나마, 물질을 들여다 보는 취미[物質観察味]가 섞인 자아가 내비쳐, 거슬린다.친구의 눈에도, 속인의 눈에도 똑같이 점잖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서 토미나가는 세상을 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사람이 진솔히 나이를 더해 갈수록, '습관'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점차 관대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딱 그것까지는 무방하다. 그렇지만서도, 이윽고 그가 그러한 관대함을 하나의 수단처럼 파지하기에 이르른 순간, 타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대하다는 것은 자기 주장이 센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양심이란, 이르든 늦든 간에 마멸해 버리는 성질을 지녔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실한 수기라 여기고 있는 것들이란 대저, 이러한 관대한 사람들, 특히 노인의 손이 남긴 것이다.
토미나가는 진솔히 나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관용을 배웠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극심한 저널리즘으로 가득했다. 그는 자아숭배자(가 된 것이)였다. 지적(智的) 향락은 빈약해졌다. 유머를 학대하는 것, 인격자, 평화와 구차한 안일이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 일본, 그리고 그러한 제국의 수도가 곧 그가 자라난 분위기였다. 그러한 때에 자아숭배주의가 미소를 지었다ー.
보들레르에게는 '자아숭배각하(自我崇拝閣下)'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회중 앞에 표연하게 나타나서 '자네, 갓난아이의 뇌수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같은 말을 내뱉고는 했다. 그에 관해, 이러한 예는 적지 않다. 그렇다면 보들레르는ー보들레르의 그것은, 그가 저 자신의 방에서 보인 천재적인 광란이 타자와 마주하는 때에 이르러, 그러한 광란이 곧 체념의 형식으로까지 치환되는 때에 이르러, 그러한 순간 속에서 '자아숭배각하(브뤼멜)*'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그대가 보들레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상징주의라는 명칭이 정착되기까지, 그 일파는 스스로를 '데카당파'라 칭하고 있었음을 함께 떠올려 주기를 바란다.
*자아숭배각하(브뤼멜) : 영국의 댄디이자 사교계 인물이었던 조지 브뤼멜(George Brummel, 1778-1840)에서 유래한다. 브뤼멜은 극단적으로 세련된 자기 연출과 자기 규율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하나의 형식, 우상으로 만드는 태도', 즉 댄디즘을 체현한 인물로, 보들레르에게는 근대적 자아숭배, 곧 미학화된 자아의 전형을 상징한다.
토미나가는, 그가 바랐던 대로, 상징주의자로서 시를 쓰다 죽었다.그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실로 많지만, 그건 제쳐두고서, 나는 이제 붓을 내려놓고자 한다. 다만 사치스러이 말을 늘어놓아도 좋다면, 토미나가에게는 조금 더 상상을 촉발하는 양심, 실생활에 대한 사랑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말은 군더더기일 테다. 그의 시에는, 지혜라는 이름의 피로한 새[倦鳥]를 위로해 주기에는 너무나 지나친 무언가가 있다.그리고 이것이, 요절한 토미나가이다. 그는 모두의 눈에 어른스레 점잖은 사람으로 비쳤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토미나가가 기억에서 떠오른다.
(<야마마유山繭>, 1926년 11월호)
연구
토미나가 타로
ー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
허무의 양상에 대한 점검을 마친 뒤, 역청빛 궁륭을 파고들어 에덴 동산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비열을 포기하였던 때에, 시인은 최초의 독을 마셔야만 한다ー. "지금은 내려가야 할 때다"라고. 소모성 홍조를 띤 아름다운 얼굴을 기울여, 신선한 굴처럼 생생한 두 눈으로 황혼을 들이 마시면서, 토미나가의 나신은 시들어버린 경기구(輕氣球) 같은 다갈색 신사복에 싸인 채, 하얀 먼지를 깔아둔 포석 위를 움직여 간다ー. "나는, 꽃처럼 쇠약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그 짧은 생애를 투명한 쇠약의 형식에 정착시키며, 스물 다섯에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과연, 그의 병든 폐가 호흡한 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그러나, 불행도 아니었다. 그건 보들레르의 가면을 쓴 '애태움[焦慮]'이었다. 게다가 이 '가면'은 애처롭게도, 그에게 있어서 무시무시한 진실이었다. 과연 그의 눈에 비친 것이란, 발랄한 인생의 개별이 아니었다. 현실은 가장 조형적인 희극의 한 형식에 의하여, 그에게 감상적인 승천을 간신히 부여하는 때에, 용서해야 할 것처럼 보인 하나의 혐오물[厭嫌物]에 지나지 않았다. 최초의 독을 삼켰을 때, 그의 면전에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허무의 한 반영(半影)이었다. 게다가 애처롭게도 이 허무의 한 반영은, 그에게 있어서 무시무시한 진실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그의 숙명이 있으며, 독창(獨創)이 있다.
하나, 은백색 쇠약의 선(線)으로 인생의 테두리를 두르고 떠나간 시인이여! 너의 가슴 위에서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 너와 함께 불태워진 상찬받을 만한 아이러니를 두고서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너의 고뇌가 생애를 걸고서 전박(纏縛)하였던 붕대를 잡아 찢어, 너의 상처를 점검하는 일은 아마도 나에게는 허락되어 있지 않겠지.
아무리 갑작스러운 생명의 형식이라도, 그것을 살아냈던 성실은 늘 하나의 절대물을 소유한다. 나는 그가 남긴 작품의 근소함을 두고서 결코 비탄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가 수 많은 노래를 남기고서 요절한 일을 두고서 비탄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노래가 필경 이러한 종류의 것이라고 한다면.
"어이, 여기서 꺾도록 하지. 이런 데서 피를 뱉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으니 말이야" ー 나는, 떠돌이 쥐[流鼠]와 같은 천사의 발자취를 눈 앞에 떠올리고서는 눈물을 흘린다. 그는 진정, 이 불행한 세기에 있어, 비루한 현대 일본이 낳은 유일한 시인이었다.
(<야마마유山繭>, 192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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